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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학생의 목소리는 배제된 ‘잃어버린 50년’
박소은 기자

조명우 총장의 연임이 결정되고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4년마다 돌아오는 총장 선출이지만, 16대 총장 선출 과정은 유독 다사다난했다. 임기 기간에 일어난 교육부 재정 지원 탈락 및 교내 학우 사망사건 등과 관련해 조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집단 내에서 사퇴까지 거론되던 총장의 연임 소식에 학내 구성원이 반발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총장 선출에 대해 학내 구성원이 보여준 온도 차는 극명했다. 교수회와 총동창회는 조 총장의 재출마가 확정된 시점부터 그의 연임을 강력히 반대했다. 총장 후보자 공청회에 조 총장을 초청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니 말이다.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전 동창회장은 조 총장 연임 결정에 개탄하며 욕설 파문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사이 학생들은 고래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신세가 됐다. 공청회가 아닌 서면을 통해 조 총장의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장학금 수여식에 참여한 200여 명의 학우는 ‘개인주의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뜨겁게 조 총장 연임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던 교수회, 총동창회와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간간이 커뮤니티에 ‘우리도 총장 직선제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글이 올라오는 걸 제외하고는 총장 선출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그들의 무관심이 ‘전의 상실’에 의해 기인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게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해왔던 관례에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의지조차 사라진 것이다.

지금까지 총장 선출은 반쪽짜리 방식으로 진행됐다. 1971년 초대 총장이 임명된 후부터 약 50여 년간 총장 선출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간 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부총장실 점거, 탄원서 제출 등의 방식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변화는 미미했다.

굳이 먼 과거를 반추할 필요도 없다. 16대 총장 후보자 초청 공청회의 후보자 질의서 속 ‘학생’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 등장했다. 심지어 4시간가량 이어진 해당 공청회에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운을 떼기 전까지 학생에 대한 논의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 역시 마찬가지다. 11인의 총추위 중 학생을 위한 자리는 없다. ‘사회저명인사’를 명목으로 외부인에게조차 권한이 주어지지만, 정작 학교 구성원인 학생들이 설 자리는 부재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대학가에서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교는 논쟁에서 빗겨나 있기라도 한 듯 고요하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을 잃고 개인주의에 빠졌다 지적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개인주의에 빠졌다는 비난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인의식을 가질 계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본교의 지난 50년은 학생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잃어버린 50년’이었다. 나아가는 인하의 미래에는 학생의 목소리가 우선시되길 희망한다.

박소은 기자  122032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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