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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현실과 준법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

전공책 5권 135,060원 교양책 1권 16,500원… 아동심리학과 3학년 A씨가 지난 학기 교재 마련에 쓴 금액은 15만 원이 넘는다. 한 달 생활비가 30만 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정작 수업 시간에 교재를 사용하지 않아 교재비가 아깝게만 느껴졌다. 이번 학기는 교재를 구매하는 대신 PDF 파일을 구하거나 인쇄 업소에 제본을 맡길까 고민한다. A씨는 “불법인 걸 알지만 교재비가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학기가 시작하면 학생들은 적게는 1~2권, 많게는 5~6권의 교재를 구매한다. 본교 비룡플라자 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공과계열 전공 서적은 평균 3~4만 원대, 인문계열 전공 서적은 2~3만 원대로 적지 않은 금액대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대학생들의 눈길은 책값에 대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불법 제본으로 향한다.

이에 본지는 8월 11일부터 18일까지 본교 학생 175명을 대상으로 ‘대학 교재 구매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3.9%가 ‘저작권자의 허가 없는 PDF 다운로드 혹은 도서의 일정 분량 이상 제본’이 저작권 침해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저작재산권과 그 밖에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불법인 걸 알면서도 무엇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것일까?

 

불법 제본 원인 74.5%, ‘교재값 부담’ 때문

“교수님이 요구하신 교재를 다 구매하면 이번 학기 책값만 25만 원이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본 교재로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공과대학 1학년 재학생 B씨는 책값에 부담을 느끼고 인쇄 업소에 5권의 교재 제본을 맡겼다. 책을 제본할 경우 새 책을 구입하는 것보다 한 권당 8,000원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값에 부담을 느끼는 건 비단 B씨만의 일이 아니다.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학생이 교재값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업 교재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4.3%(165명)의 학생이 ‘매우 부담된다’ 또는 ‘조금 부담된다’고 답했다. 반면 ‘부담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교재 가격에 부담을 느낀 학우들은 제본이나 PDF 파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수업 교재의 PDF 파일을 구하거나 교재를 제본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56%(98명)가 ‘그렇다’고 답하며 과반수를 차지했다. 제본하는 교재의 수나 다운받는 불법 PDF 파일의 수 역시 적지 않았다. ‘제본을 해본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43명) 중 46.5%(20명)가 한 학기에 2권 이상의 책을 제본한다고 답했다. PDF의 경우 제본보다 정도가 심했다. ‘불법 PDF를 다운받아본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83명) 중 76%(63명)가 한 학기에 2권 이상의 책을 불법적인 경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제 교재의 PDF 파일을 구하거나 제본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98명) 중 74.5%(73명)는 ‘높은 책값에서 오는 부담’이 제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았다. 특히 대학 교재의 경우 신학기가 시작되면 일괄적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사실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교재

이 외에도 ‘수업 중 교재의 활용도가 낮아서’ 54.1%(53명), ‘PPT로 대체 가능해서’ 39.8%(39명), ‘강의 후 교재를 사용하지 않아서’ 31.6%(31명) 등 학생들이 불법 제본이나 PDF 파일을 구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정작 책을 구매해도 실효성이 떨어져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이다.

사회과학대학 2학년 C씨는 저번 학기 강의계획서에 적힌 모든 교재를 구매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활용한 강의는 단 한 개뿐이었다. 오히려 교재 대신 PPT 강의 노트만 사용하는 수업에서는 프린트값까지 이중으로 지출됐다. C씨는 “수업 시간에 교재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학기가 끝나면 집 안의 애물단지 신세”라며 “중고로 올려도 잘 사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본교는 불법 제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교내 비치돼있는 프린터에는 ‘불법복사, 북스캔NO!’ 라는 문구의 홍보 포스터가 부착돼있다. 또한 본교 출판부는 주기적으로 학내 복사업체에 불법 제본 금지와 관련된 공문을 보낸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교재값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정책도 시행한다. 정석학술정보관은 가격이 높거나 절판된 도서 등 합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교재를 구비해 학생들이 열람 가능하도록 하는 ‘교재 도서 신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다 현실적인 대처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2014년 본교 후문가의 한 인쇄업체가 불법 제본한 교재를 저작권보호센터에 전권 몰수당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법 제본은 성행하고 있다. 본교 근방 500m 내에 있는 인쇄업체 4곳에 ‘300쪽이 넘는 전공 서적의 전권 제본이 가능한지’ 묻자 이를 거절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학생들의 제본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대학 근처 인쇄 업체들도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제본에 의존하기에 제본 의뢰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질적 해결을 위해선 학생들이 느끼는 법과 현실의 괴리를 파악해야 한다. 전권 제본이 불법인 건 알지만 이를 고려할만큼 학생들의 사정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불법 저작물 근절에 대한 인식 재고에 힘쓰고 있지만 한국저작권보호원 측은 “인식 재고도 중요하지만 중고 책 이용, 공동구매 등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박소은 기자  122032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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