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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톡] 엘리베이터 속 거울은 왜 생겼을까?

‘띵동! 문이 열립니다.’

어릴 적 엘리베이터를 타면 꼭 하는 행동이 있었다. 양쪽 벽에 있는 거울 사이에 서서 한쪽을 바라보면 곧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거울 속에는 수많은 ‘내’가 등장하고, 그때가 되면 천천히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당시 꼬마들 사이에선 이런 소문이 돌았다. “그거 알아? 엘리베이터 거울 속 13번째 모습은 내가 아니라 귀신이래!” 거울 속 귀신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몇 날 며칠을 시도했지만 늘 허탕이었다. 13번째 모습을 채 확인하기도 전 목적지에 도착해 내리기 일쑤였고, 결국 귀신과 마주하기를 포기했다. 성인이 된 후 어린 시절 추억에 젖어 한참 동안 엘리베이터 거울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 엘리베이터 속 거울은 왜 생겼을까?

1853년 오티스사는 세계 최초로 안전장치가 부착된 엘리베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고층 빌딩이 유행했던 미국은 오티스사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지만 느린 속도 때문에 불만이 새어 나왔다. 사방이 막힌 좁고 네모난 공간 속에서 이용자들은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를 해결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돈이 들뿐더러 당시 기술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해결 방안을 고민하던 중 한 직원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엘리베이터에 거울을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이는 이용자들의 시선과 관심을 거울로 돌려 사람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속도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묘책이었다. 직원의 말대로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설치하자 사람들의 불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렇게 엘리베이터 벽에는 하나둘 거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느린 엘리베이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한 대처였지만 엘리베이터 거울은 또 다른 효과도 있었다. 좁고 사방이 둘러싸인 엘리베이터 안에 낯선 이가 들어오면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정한 심리적·물리적 공간인 ‘퍼스널 스페이스(Personal Space)’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퍼스널 스페이스가 침범되면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이때 거울은 엘리베이터 내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해 이용자로 하여금 퍼스널 스페이스가 확보됐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엘리베이터 거울은 때로는 감시자가 된다. 폐쇄적인 탓에 엘리베이터 내부에서는 범죄가 일어나기 쉽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려고 마음먹은 이가 엘리베이터 속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그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거울을 통해 범죄가 잘못된 행동임을 자각하고, 범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들이 거울을 이용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급하게 뛰어오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기도, 이른 아침 시간에 쫓겨 미처 끝내지 못한 화장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엘리베이터 거울은 일상생활 속 자연스레 녹아 있는 존재이지만 그 뒤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누군가는 고작 거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 속 작은 유리가 비추는 세계는 생각보다 크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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