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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전시] ‘어둠’ 속에서 ‘얻음’을 찾다

“이게 뭐지?, “너 어디 있어?” 전시를 체험하는 동안 필자가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눈을 떠야 할지 감아야 할지, 얼마큼의 보폭으로 걸어야 앞사람과 부딪히지 않을지, 평소에는 해본 적 없는 아주 사소한 고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서울 북촌의 한 전시장에 가면 ‘완벽한 어둠’을 경험할 수 있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100% 어둠을 소재로 하는 ‘어둠속의대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어둠속의대화’는 체험 전시로 암흑 속에서의 일상을 주된 주제로 한다. 관람을 위한 준비는 간단했다. 우선 몸에 있는 모든 소지품을 안내데스크에 잠시 맡긴다. 심지어 안경까지도 벗어 놓는다. 빛이 없는 공간에선 안경도 필요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대신 지팡이 하나가 주어진다. 100분의 시간 동안 지팡이, 길을 안내해줄 로드마스터, 그리고 이름 모를 7명의 동행인과 함께 어둠 속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크게 특별하지 않았다. 산속에서 폭포 소리를 들으며 나뭇잎을 만지고, 출출하면 카페에 들러 음료 한 잔을 마셨으며, 플리마켓에서 쇼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 진행됐기에 로드마스터의 도움 없이는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청각, 미각, 촉각을 곤두세워 어둠 속에 적응하려 했지만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선 발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눈을 감자 새로운 세계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당장 옆사람의 외모, 옷차림은 중요하지 않았다. 편견 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 공간에서는 살갗을 부딪히는 실수도, 나를 가로막는 거대한 벽도 길을 알려주는 고마운 위로의 존재로 다가왔다.

“저에게 궁금한 점 있으세요?” 암흑 속에서도 앞이 보이는 듯 관람자들의 손을 잡아주며 길잡이 역할을 해주던 로드마스터가 물었다. 필자는 로드마스터가 분명 앞이 보이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있으리라 추측하며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혹시 로드마스터님은 저희가 보이시나요?” 그러자 그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어둠 속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여러분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저 역시 여러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에요.” 어둠 속에선 상대방의 장애 유무조차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어둠에 베테랑인 시각장애인의 도움을 받으며 어둠 속으로 떠났던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어둠속의대화’는 35년간 세계 160여 개 지역에서 열리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시각장애 체험 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순 장애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어둠’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새로운 감각을 깨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어둠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당신은 뜻밖의 얻음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박소은 기자  122032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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