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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윤리의식과 리터러시로 언론의 신뢰 회복
  • 김대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22.08.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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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대학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분노하거나 놀라움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은 언론이 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개인 정보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 언론시민단체는 사건 발생 당일 오후에 이미 수십 개 언론이 구체적·선정적 표현을 사용했으며, 가장 먼저 기사를 쓴 언론사가 학교 이름과 피해자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밝힌 제목으로 보도를 하자 다른 언론사들이 줄줄이 이를 뒤따랐다는 모니터링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름, 사진, 학교, 전화번호 등까지 유통되면서, 언론사와 소셜 미디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정보를 주고 받아 그러한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이는 우리나라의 언론이 왜 신뢰도가 낮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는 매년 세계 주요 국가의 뉴스 이용을 조사해서 발표한다. 연구소가 올해 6월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30%에 불과해, 조사 대상 46개국 중 40위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은 아예 최하위를 기록했었다. 이렇게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낮은 것은 언론이 ‘편향적’이며, ‘특정 보도가 과다’하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 언론에서 대형 포털사이트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뉴스 이용자들이 포털이나 뉴스 수집 사이트를 통해 주로 온라인 뉴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2%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의 평균 3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저널리즘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클릭 수’를 노린 미디어들의 선정적이고 차별적 표현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언론의 신뢰 하락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포퓰리즘이 증가하고,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생각과 맞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그렇지 않은 정보는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여기에 더해 언론의 윤리의식 부족, 높은 소셜미디어와 포털 의존 등이 결합돼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언론계가 윤리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마다 언론 윤리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2021년 1월에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공동으로 <언론윤리헌장>을 제정·선포하기도 했다. 언론윤리헌장은 미디어와 분야, 형태에 관계없이 보도와 논평에 종사하는 모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핵심 원칙을 담은 것이다.

언론윤리헌장의 3번째 조항은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 조항은 ‘취재 대상을 존중해야 하며,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인이 아닌 일반 시민에 대해 보도할 때는 인격권 보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 보도에는 이런 윤리 강령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용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용자도 이제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에 매몰되지 않고, 좋은 품질을 가려서 이용하는 뉴스 리터러시를 갖추어야 한다. 즉 언론의 뉴스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문해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도 뉴스 리터러시에 따라 언론의 신뢰도가 달라진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 리터러시가 높을수록 소셜 미디어나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뉴스를 생산한 미디어가 어떤 곳인지 확인하며, 질 나쁜 언론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윤리의식이 소홀한 언론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권리와 개인의 인권 보호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신뢰 회복은 언론 자신과 이용자가 함께 이루어야 할 과제다. 언론은 윤리의식에 더욱 충실하고, 이용자들은 리터러시를 향상시킴으로써 좀 더 나은 언론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김대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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