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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원자 뚝, ROTC 현주소를 보다
학생군사교육단

“선서! 나는 대한민국의 장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하며 부여된 직책과 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3월 3일 충북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2022년 ROTC(학군사관) 60기 임관식이 열렸다. 정든 캠퍼스를 떠나 군복을 입고 장교로서 시작을 알리는 첫걸음이다. 이날 인하대 ‘120 학군단’에서는 42명이 임관했다. 2년간의 후보 생활을 마친 이들은 장교로서 2년 4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장기자원으로 선발될 경우 오랫동안 군에 남기도 한다.

ROTC는 장교로 복무한다는 자긍심에 더해 여러 이점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현재 ROTC의 지원경쟁률은 크게 줄었다. 본교 학군단을 포함한 전국 대학은 올해 접수 기간을 5월 6일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시들해진 ROTC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ROTC

ROTC는 대학교 1·2학년 때 지원해 3학년부터 2년간 후보생으로 생활하게 된다. 이따금 캠퍼스에서 보이는 정복 차림의 학생이 바로 후보생이다. 학군단에서 하계·동계 군사훈련, 군사학 수업, 훈련 및 평가 등을 마치면 임관 종합평가를 거쳐 대한민국 소위로 임관한다.

그동안 ROTC는 대학가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사관학교(10년), 3사관학교(6년), 학사장교(3년)에 비해 복무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면서도 장교로 군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사에 비해 높은 임금과 더불어 전역 후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취업상 이점도 많았다. ROTC 출신 S그룹 중역 A씨는 “군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과거 기업체에서도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했고 가점을 많이 줬다”고 밝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ROTC 특채 전형이 있는 기업이 많았고, 장교 생활하는 동안 쌓은 리더십을 높게 평가해 가산점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 각계와 기업 내에서는 ROTC 선·후배 간의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다. A씨는 “회사 내에서 ROTC 선·후배들끼리 친밀감을 바탕으로 모임도 하면서 도움을 많이 주고받았다”고 회상하며 “요즘에는 그런 모임이 상당히 줄었다”고 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모집 경쟁률은 6.1대 1로 매우 높았다. ROTC가 지닌 이점에 더해 취업난을 우려한 학생들이 너도나도 지원한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 지원경쟁률은 급감했다.

 

ROTC 지원경쟁률

 

인기가 왜 시들해졌나?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ROTC 지원경쟁률은 2014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 4.5대 1 ▲2016년 4.1대 1 ▲2017년 3.8대 1 ▲2018년 3.4대 1 ▲2019년 3.2대 1로 줄었다. 이어 ▲2020년 2.8대 1 ▲2021년 2.7대 1 ▲2022년 2.4대 1까지 떨어졌다. 올해 수도권 지역 대학에선 지원자가 미달한 학군단도 많았다. 이에 모집 기간을 한 달이나 연장하기에 이르렀다. 표면상의 이유는 대면 홍보 확대와 한국사 평가방식 변경이지만, 후보생 B씨는 “아무래도 인원 모집이 안 되니까 기간을 연장한 측면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ROTC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긴 복무기간’이다. 육군학생군사학교가 ROTC를 지망하지 않는 대학생 1,9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긴 복무기간(47%), 군사훈련(29%), 취업 준비(14%)를 꼽았다. 현재 ROTC 복무기간은 28개월로, 1968년부터 54년째 제자리다. 그동안 병사 복무기간은 6차례에 걸쳐 36개월에서 18개월로 절반이나 줄인 것과 상반된다. 또한 병사들은 복무기간 축소와 더불어 급여 인상, 일과 후 휴대폰 사용 등 복무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취업 관련 이점도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ROTC 특채 전형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삼양그룹, 효성그룹 특채 전형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에서 별도의 전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최근 들어 장교 출신을 우대한다는 주석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근래까지 취업을 준비했던 예비역 C씨는 ROTC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자소서나 면접을 준비할 때도 (장교 복무로) 2년 4개월 동안 단절이 있다 보니 얘기할 내용이 적었다”고 전했다. 후보생들 사이에서도 취업 관련 이점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후보생 B씨는 “과거 대기업에서 ROTC 전형이 있었던 것에 비해, 현재 (이점이)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학교 재학 기간 학교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군사교육과 훈련을 받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체감하는 복무기간은 더 길다. 다른 학생들이 복수전공, 해외 교환학생과 같은 활동을 하는 동안 후보생들은 훈련과 통제 때문에 다른 경력을 쌓기 힘든 현실이다.

초급장교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지원율 하락 원인이 되고 있다. 예비역 C씨는 “방역 관리·휴대폰 사용 통제 등 장교들이 할 일과 책임질 것은 많아지는 가운데 (병사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적다”며 초급장교의 병력 관리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ROTC 복무기간

 

국방력 손실과 자질 하락

ROTC 지원경쟁률 하락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방력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현재 ROTC는 우리 군 초급장교의 70%에 달하는 인력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ROTC 출신 3,561명이 임관했다. 예비역 C씨는 “당장 국방을 운용하는 데 있어 초급장교가 많은 수를 차지하는데, ROTC 지원 급감은 국방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초급장교 자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예비역 C씨는 “기업에서도 경쟁률이 높지 않을 때 지원자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처럼, (지원율 급감으로) 후보생들의 역량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후보생 B씨 역시 “과거에는 면접을 통해 선발했지만, 이제는 지원하는 대로 다 선발되는 경우도 있어 질적 하락은 필연”이라고 우려했다. 후보생 D씨는 “기본적으로 경쟁률이 떨어지다 보니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각종 평가에서 다소 점수가 낮지만 소위로 임관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고 있다.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본교 ROTC 행정지원을 맡고 있는 이충협 장학복지팀장은 “매 학기 ROTC 관련 경과보고를 하고 있지만, 지원율 급감에 관한 부분은 학교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다”며 “뽑는 데 있어서 학교는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ROTC는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초급장교 처우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ROTC 전역자 A씨는 “필수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지원자가 미달되거나 줄고 있다면 혜택을 늘리는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사관학교나 3사관학교에서 급하게 정원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새로운 혜택을 줘서 끌어드리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에서 ROTC 복무기간 4개월 단축, 급여 인상 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윤 정부는 장교·부사관 단기 복무 장려금을 1인당 2,500만 원씩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그동안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 등으로 인한 간부 지원율 하락과 그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군 일각의 목소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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