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담론
[기자담론] 리더들이 모였는데 ‘리더가 없다’
장민서 기자

“그럴 거면 중운 없애시죠” 중앙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나온 어느 대의원의 발언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 발언을 듣는다면 질겁했을지도 모른다. 자치기구 종사자가 최고 운영 심의기구를 없애자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그러나 현장에서 그 누구도 이 발언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는 인하대학교 최고 운영 심의기구다. 중운은 학생총투표부터 예산 분배안 심의까지 학생사회 속 중요사안 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당장 중운이 없다면 우리 학생사회는 무관심으로부터 오는 문제를 넘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진정한 몰락을 맞게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명목에 걸맞지 않게 최근 그 위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혜민 전 총학 비대위장이 사퇴 이전에 중운 임시 의장 호선을 제안했지만 맡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서로 본인이 임시 의장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만 앞세웠다. 고작 ‘임시’임에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자치기구 대표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개탄스러웠다.

결국 다음 중운 의장은 재보궐 선거를 준비 중인 위원 제외 전원을 후보에 두고 투표로 호선했다. 그 이후 그나마 잘 굴러가나 싶던 중운은 또다시 의장 사퇴라는 결말을 내놓았다. 두 번째 중운 의장을 맡았던 졸업준비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칙개정 발의안 의결 과정에 생긴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책임진다는 명분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책임을 진다면 사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끝까지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아닌가? ‘책임’의 결과가 사퇴라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본인의 의사 없이 맡은 자리를 내놓는 행위가 진정한 책임일까. 사퇴할 수 있게 돼 오히려 기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진행된 중운 의장 호선. 총학 비대위장 사퇴가 불과 두 달 전 일이었음에도 느낀 점이 없었는지, 여전히 아무도 의장을 맡겠다는 이가 없었다. 게다가 이날 불참한 위원이 다득표함에 따라 자리에도 없던 사람이 의장으로 당선되는, 웃음도 안 나오는 모양새가 연출될 뻔했다.

반년 만에 네 번의 의장 교체를 거친 중운을 보며 만감이 교차한다.

자치기구 대부분이 비대위로 운영되는 현 체제는 무관심한 학우들의 탓도 크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의 필요성’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자치기구의 대표자들이 모인 집단에서 회의 하나 주재하는 것조차 기피하는 이 촌극 속에서, 과연 학생사회 몰락 이유를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지난해 학생회칙 개정안이 대의원총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회칙개정보다 학우들의 관심이 우선 돼야 할 시기’라는 이유였다. 학우들의 미온적 관심을 지적하기에 앞서 대표자들이 스스로를 한 번 돌아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장민서 기자  judy73jh@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민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