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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모든 시대, 대학언론인의 고민
김범수 편집국장

작년 6월 말, 편집국 창고를 청소하다 교지 「인하」가 눈에 들어왔다. 1956년 발간한 다 부스러져가는 창간호부터 2017년 종간호까지, 62년간 모든 시대의 젊은 교지 편집위원들이 대학생활 전부를 바쳐 완성해 낸 교지의 역사이자 인하의 역사였다.

그랬던 「인하」의 역사는 2017년을 끝으로 더 이상 쓰여지지 않았다. 최순자 총장이 취임한 이후 교지의 방향은 명확했다. 학내 언론의 점진적 약화와 끝내 교지의 폐간. 교지를 향한 지원이 끊기는 와중, '인하'의 마지막 편집장은 교지편집위원회 글을 '인하대학신문'에 싣기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도 편집위원들은 교지 디지털화 등 혁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본부는 확고했다. 그렇게 '인하'는 62년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만학의 근본인 철학이 취업률에 밀리고, 사람의 역할이 효율성이라는 숫자로 판단되는 곳에서 이 매체의 존재 이유는 없었다.

사실 이미 수년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우물 속에서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봐야 우물 밖 사람들은 스펙에, 취업에 바빠 우물 속 웅얼거림을 들을 틈이 없다. 교지 구성원들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본지 편집국 바로 옆, 학생회관 436호 편집실을 비우라는 말에 순순히 자리를 내줬다. 저항은 없었다. ‘언론답지 않게’ 말이다. ‘언론다울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62년간 교지 편집위원들은 '감히' 교지가 사라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시대가 변하는 와중에도 긴 호흡의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인쇄 언론매체가 존재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확신과 달리 시대는 급변했다. 학기에 한 번 나오는, 두꺼운 교지는 금세 잊혔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의 관심이 멀어진 그때, ‘인하’의 끝을 선언했다. 사회 구성원이 언론에 관심이 없어지면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대학 구성원이 대학신문을 읽어야 할 이유는 많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 유일하게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매체이며, 대학 구성원 간 충돌이 발생하면 민주적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중재인이기 때문이다. 대학신문을 읽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정작 차고 넘치는 건 버려지는 신문이다. 누구의 문제일까. 변해버린 시대 때문이라 말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책임은 개혁의 길을 마련하지 않았던 대학신문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바로 눈앞에서 언론사가 편집실을 비우고 매년 언론3사 예산이 줄어드는 지금, 취임 직후부터 마지막 데스크를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 필자의 고민은 단 한 가지였다. “대학신문의 생존.” 결국 우리 인하대학신문이 스스로 언론으로서 유용성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멀어져 버린 대학신문과 독자의 간극을 메꾸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828일간의 학생회관 4층 생활은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에 해답을 찾으려는 일종의 몸부림이었다. 취임 직후 데스크에서 ‘인하대학신문이 독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대학사회의 의제를 끊임없이 발굴하고 그렇게 만들어낸 의제를 독자 가까이에 두는 것, 이것이 짧은 대학언론인 생활 끝에 얻어낸 단순하지만 변하지 않을 명제다. 대학신문은 ‘기자의 신문’이 아니라 ‘독자의 신문’이라 믿기에, 앞으로 우리 인하대학신문이 주어진 정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서 감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김범수 편집국장  kbs@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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