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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익명에 숨은 그대에게

이 주제를 고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너무 흔한 내용인가 싶어 다른 주제를 고민했으나, 했던 얘기를 또 하더라도 다시 한번 말해보고자 한다.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이 출시된 이후 대부분의 대학 커뮤니티는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내가 누구인지, 어느 학과의 몇 학번인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다. 익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누군가는 쉽게 털어놓지 못할 고민을 말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이나 부조리 등을 공론화하며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익명성은 오히려 독이 되기 시작됐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언비어가 퍼지거나 얼굴 보고는 차마 하지 못할 과격하고 심한 욕설 등이 오가기 시작했다.

최근 하계 계절학기 수강신청 기간 동안 에타에 이상한 글들이 올라왔다. ‘3학년 이상부터는 전과가 안 된다고 교수님이 말하셨어’, ‘타과생은 전공수업 수강신청을 못 한다더라’ 등의 내용이 마치 여러 명의 사람들이 쓰는 듯 다양하게 작성돼 있었다. 이런 중요한 내용이 공지도 없이 이뤄진다고? 아니나다를까. 곧 사실 확인이 이뤄지고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들통났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위의 글들의 작성자는 전부 (알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

다른 사례로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을 말해볼까 한다. 2021년 한창 축제 관련으로 학교가 시끄러울 당시, 내부고발이라는 명목으로 특정 인물들의 실명을 밝히며 신상이 유포되던 일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이름과 함께 전 총학 임원 등 밝히지 않은 사생활이 담긴 게시글과 댓글이 익명의 작성자에 의해 꾸준히 업로드됐다. 또한 내가 쓴 글이 아님에도 마치 내가 썼다는 거짓 사실을 유포하거나 지인을 빙자한 ‘카더라’ 식의 깎아내리는 글 또한 다수 발견됐다. 사생활을 다 알 정도로 나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그만큼 나와 가까운, 또는 가까웠던 사이였을 텐데 참 무섭지 않은가?

이러한 익명성의 폐해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받고, 상처를 입는다. 뉴스에는 꾸준히 관련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의 단점이 꾸준히 주목받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라 포장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해하기 위한 수단과 무기로 ‘익명’을 이용하고 있다.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항상 바른 얘기만 오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근거 없는 헛소문과 맹렬한 비난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비판과 발전을 위한 토론이 오가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분명히 배워왔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이용자 스스로의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며 신뢰를 바탕으로 이용하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 타인의 신상 정보를 유출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심각한 범죄임을 인지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로를 배려하며 건전하고 발전성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보자.

김기현(컴공·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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