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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나는 사실 학생사회가 싫었다

나는 사실 학생사회가 싫었다. 10년 가까이 외국에 살다 고국에서 마주한 학생사회 속 대표자들의 모습은 환상을 깨트리기에 충분했다. 입학한 지 일주일 만에 실망하게 만든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된 학생사회의 모습이었다.

학생사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이랬다. 계파 간의 정치질, 선후배 간 군기 문화, 자기반성 없이 학우들만 탓하고 완장질 좋아하는 무능력한 무리의 집합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존경하는 선배들이 학생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낼 때도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학생사회에 무관심한 대다수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살았다. 적어도 교육부 사태를 겪기 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작년 교육부 사태 속에서 선후배, 동기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며 학생사회의 존재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됐다. 학우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학우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처음으로 학생사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처음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도 학생사회의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인하대학신문에 들어오게 됐다. 2년이 넘은 시점이었지만 2019년 11월에 ‘총학생회 후보자 사이버 스토킹 사실 확인’이란 기사를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이곳을 선택했다. 학보사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없었지만, 학보사라면 변화의 중심에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나는 그 느낌을 믿고 따라왔을 뿐이다.

입사한 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사전 지식 없이 미래의 나에게 뒷일을 떠맡기며 들어왔기 때문에 기사를 쓰는 방법부터 회칙까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기 이전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학생사회를 천천히 알아갔다.

그렇게 학보사에 들어와서 펜을 잡은 지 어느덧 반년이 넘었다. 극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부 사태를 겪으며 학생들도 점차 학생사회의 필요성에 점차 공감하는 모양새다. 총대 여론조사에서도 자치기구가 “필요하다”고 77.1%가 응답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할 일은 태산이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가 학생사회를 싫어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학생사회가 계속해서 변해야 한다는 내 생각은 아직 확고하다. 물론, 이전에 비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계속해서 변하지 않는다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느리더라도 계속해서 변화해야만 한다.

과거의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른 사람이 느끼지 않았으면 하기에. 더 많은 사람이 학생사회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기에. 학생사회의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기에. 나는 오늘도 펜을 든다.

이지호 기자  1219286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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