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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근래 중앙운영위원회(중운)가 학생사회를 향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이미 확정한 표결을 억지로 뒤집었다. 와중에 “그래도 적법했다”는 변명을 듣고 있자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결국엔 관련인들이 사과하고 마무리했지만, 이 사태는 민주주의 국가의 평범한 시민이라면 실수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 자리의 사람들은 민주사회에 살면서도 민주의식은 희박했다.

이번 중운 사태가 함의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학생자치기구 종사자들의 무능함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중운 의결은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지만, 중운은 5대 5 상황에서 가결을 선포했다. 그럼에도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단순히 ‘과반수’의 의미를 몰랐다고 희화화하진 않겠다. 대학의 학생 의사협의체 일원으로서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자리 과연 학생회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또한 대부분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과반으로 이뤄진다는 상식이 부재했다는 사실도 괄목할만하다.

두 번째는 학생사회 종사자들의 책임의식 약화가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결국 ‘자신들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앙운영위원회는 가장 강력한 권한이 집중돼 거의 모든 의제설정과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학생사회 내 가장 영향력 있는 회의체다. 우리 학생자치의 ‘컨트롤타워’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이 중운에서 동네 이장선거에도 없을 법한 ‘아주 어설픈’ 실수가 벌어진 상황이 개탄스럽다.

중운 위원들의 책임의식 약화는 일전부터 드러난 적이 있다. 중운에서 이번 촌극이 벌어지기 이전에 중운 의장이 제비뽑기로 호선됐다는 사실이 더 코미디에 가깝다. 한혜민 전 총학 비대위장이 중운 의장에서 사임하며 새 의장을 호선할 때의 분위기는 학생자치를 이끌 ‘지도자’를 선출한다기보단 ‘팀플 조장’을 뽑는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날의 회의는 지금까지 중운 중 두 번째로 긴 회의시간을 기록했다.

마지막은 관련자들의 민주의식 부재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합의된 표결을 뒤엎는다는 상상은 보통의 민주시민이라면 하기 힘들다. 중운을 비롯해 회칙개정 발의 추진을 강행했던 관련자들은 낡고 부작용이 범람하는 학생회칙을 개정하겠다는 정의로운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만약 날림으로 통과한 회칙개정이 끝내 이뤄졌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작금의 학생사회보다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회칙의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면서 얻는 이점도 분명히 있을 테다. 그러나 결과만을 좇아 절차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인식은 학생사회에 깊게 박혀 결국 우리 학생자치의 민주주의를 끝내 퇴보시킨다.

1954년, 정의로운 명분 아래 대통령이 무리한 개헌을 단행하고, 2015년 올바른 교육을 명분으로 국정화교과서를 만들려 했다는 사실은 우리 현대사에 오점으로 기록돼 있다. 만약 일련의 중운 사태를 모르는 체했다면 이는 필히 우리 학생자치사(史)에 오점으로 기록됐을 것이다.

김범수 편집국장  kbs@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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