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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기자들에게 통용되는 격언이다. 현장 분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취재원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때 비로소 좋은 기사가 나온다는 의미다. 보도자료나 구글 검색, 전화 인터뷰만으로도 기사 한 편을 ‘뚝딱’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발로 뛰며 쓴 기사에는 기자가 흘린 땀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가치가 남다르다.

지난호 <눈물의 연평도, 평화와 미래의 발걸음> 기사는 발로 뛰며 답을 찾아보겠다는 호기로운 의지의 산물이었다. 자연경관 스케치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숱한 산길과 바닷바람에 조금은 고돼도 기사를 잘 쓸 수만 있다면 그런들 어떠하리, 잘 둘러보고 기록하면 된다. 관건은 연평도 이야기를 잘 들려줄 취재원을 구하는 일이었다. 현장을 직접 마주하기 전 기획안을 쓸 때는 사람들이 붐비는 여객선이나 선착장, 마을회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첫발을 내디뎠다. 여객선에 몸을 싣은 뒤 멀미할 틈도 없이 준비한 인터뷰 질문지를 만지작거렸다. 해병대원과 뱃멀미에 잠든 이들 사이에서 뜨개질을 하는 아주머니를 찾았다. 명함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인하대학신문에서 나온 기자인데, 인터뷰를 요청드려도 될까요?” 친절하게 응해준 그녀는 연평 주민이 아니었다. 아뿔싸, 첫 인터뷰부터 삐끗하다니! 섬에 도착하고 나서도 마을회관과 노인회관은 코로나19로 굳게 닫혀 있었고, 처음 방문한 식당은 점심시간이라 사람이 몰려들어 인터뷰를 요청할 수 없었다. 현장에는 분명 답이 있다고 했는데, 정녕 문제 풀 기회조차 없는 것인가?

좌절할 수 없었다. 취재원을 찾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이 되려 용기를 만들었다. 첫째 날부터 주민분들을 만나려 애썼다. 다행히도 곳곳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들 기자를 궁금해했다. ‘짧지 않은 머리’를 한 젊은이가 카메라를 메고 섬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길을 끈 모양이다. 낯선 기자의 인터뷰에도 따뜻하게 응해줬다. 76년째 연평도에 살아온 할아버지로부터 연평포 포격 당시의 상황을 들었던 것이 일례다.

어쩌면 나의 질문이 주민들에겐 삶의 터전이 불탔던,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픔을 들추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현장에서 취재원의 눈을 마주 보며 공감하지 않았다면 결코 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현장의 값어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굴을 마주 보며 얻은 인터뷰는 이야기와 공감을 담아낼 수 있다.

학보사 기자로서 ‘현장’은 어디인지 고민해본다. 2년 만에 다시 학교에 사람들이 붐비는 지금, ‘대면 현장’으로 다가설 때다. 학교 현안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학우들을 비롯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학생사회의 중심에 서서 그 답을 찾아가 보겠다. “적절한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도록, 학우 여러분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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