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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학생회 설립, 높은 현실의 벽

선거 출마자가 없어 학생사회가 비대위 체제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와중에, 다른 한 쪽에서는 자치기구를 신설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학생회칙이 신규 자치단체의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정해놨기 때문이다. 현행 회칙상 신규 자치단체를 만들려면 높은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학생총회나 학생총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학생총회는 전체 회원의 1/5 이상의 출석이, 학생총투표는 전체 회원 1/2 이상의 투표로 성사되기 때문에 의결 요건이 까다롭다.

지난해 4월, 미래융합대학(이하 미융대)에서는 미융대 학생회 설립추진위원회(이하 미융대 추진위)가 구성돼 학생회 건설을 시도했다. 학생총투표에 학생회 설립 안건을 상정시켰지만, 총투표 의결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25%가량의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결국 학생회 설립이 무산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미융대는 자치기구 신설에 나섰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이하 소융대)도 그 뒤를 따랐다. 이에 본지는 미융대 추진위 강민교 부위원장(메카트로닉스·2)과 소융대 학생회 설립 준비위원회를 추진 중인 조윤재(인공지능·2)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소융대 조윤재(인공지능·2), 미융대 강민교(메카트로닉스·2) 학우. 양 단과대는 작년과 올해부터 학생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지만, 높은 현실의 벽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식 자치기구가 없다 보니,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회의 필요성을 인지한 이들은 학생회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고자 했다.

현재 미융대의 경우 작년에 구성된 추진위 1기에 이어, 2기를 구성하고 3개 부서를 산하에 뒀다. 37명의 지원자 중 12명의 신규 국원을 선발하며 시작을 알렸다. 1기에선 ▲미융대 학생회칙안 제작 ▲학잠 제작 ▲정보 공유 및 소통 채널 운영(카카오톡 플러스친구·인스타그램·유튜브·네이버카페 미융마루 등) ▲내친소 ▲뒷면가왕 등 온라인을 통한 학생 참여 이벤트를 운영했다.

또한 신입생 온라인 입학 설명회를 열어 신입생들의 정보 소통망 역할을 수행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온라인 위주의 활동만 펼친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MT와 같은 다양한 대면 활동들을 계획 중이다. 이처럼 미융대 추진위는 웬만한 단과대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만큼 많은 일을 이끌고 있다.

소융대에는 각 과마다 임시 학생회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들이 존재한다. 조 학우는 현재 인공지능학과 과 대표와 임시 학생회장을 겸하며 학과 활동을 이끌고 있다. 임시 학생회들은 ▲SNS 통한 학과 내 행사 홍보 ▲스터디 ▲소모임 ▲선후배 간 만남 조성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는 신입생들이 직접 대학 생활을 겪으며 생기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 학우는 학생회 준비위원회를 설립해 이런 활동들을 보다 수월하게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 전했다.

 

“사비까지 써가면서 운영한다”

미융대와 소융대 학우들도 ‘학생회비’를 납부하지만 정작 학생회가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각 단과대 회원들이 납부한 학생회비는 총학생회에 예치돼 묵혀두고 있는 상황이다.

미융대는 추진위가 시작된 작년부터 학잠 제작, SNS 이벤트, 친목 도모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정식 자치기구가 없어 미융대 몫의 예산을 쓰지 못했다. 이들은 예산이 필요할 때마다 한도 내에서 행정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렇게 진전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강 부위원장은 “작년 행사들은 모두 온라인 진행이었기에 행정실 예산 한도 내에서 사용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대면 활동이 시작되다 보니 행정실 예산 가지고는 부족할 것 같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비를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소융대의 경우 준비위원회 차원에서 주최하는 행사들은 조 학우가 1학년 때부터 지급받은 과 대표 장학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해 추가적인 지출은 모두 조 학우의 사비로 충당 중이다.

 

이정표 없는 초행길

예산 문제 외에도 어려움은 또 있었다. 소융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가 작년에 신설됐다. 이로 인해 소융대는 학생사회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21학번들이 선배도 없이 힘들게 이끌고 있다. “총대의원회 비상대책위원회나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부터 교수들까지 정말 많은 곳에 물어 가며 어렵게 자료를 얻고 있어요.”

소융대보다 1년 먼저 학생회 설립 추진을 시작한 미융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선례가 적은 탓에 행사를 운영하려면 타 단과대의 진행 방법을 참고해야 했다. 그러나 재직자 전형인 미융대가 일반 단과대의 활동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결국 타 대학의 재직자 전형 단과대 사례를 살펴 가며 쉽지 않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이들은 11월에 있을 학생회칙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미융대와 소융대는 함께 ‘신규자치단체 승인’에 관한 내용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추후 다른 신설 자치단체들의 설립에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 같은 상황에 놓인 두 단체는 협업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힘을 합칠 계획이다.

장민서 기자  judy73jh@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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