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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

학생사회는 어디로

지난달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총학 비대위장)이 사퇴하면서 총학 비대위는 대표자 없이 운영하게 됐다. 대표자 없는 중앙자치기구가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현재 총학 비대위 업무는 권수현 수석국장 직무대행이 맡고 있다. 비대위장이 사퇴해 민원 처리부터 대학 본부와의 협상 등 모든 업무를 홀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원을 임명할 수도 없다. 회칙상 국원 임명 시 회장 또는 비대위장의 사령이 있어야 하지만 이를 인가해줄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다. 만약 권 대행도 없다면 총학 비대위는 사실상 유령 자치기구가 된다.

“요즘 업무 처리만 하고 있어요. 민원 처리하면 현안 파악하고 또 회의 자료 준비하고 회의 끝나면 공고 자료 만들고. 봉사장학금이나 명예를 바라서 하는 일도 아니에요. 솔직한 심정으로는 집에 가서 쉬고 싶어요.”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홀로 모든 업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총학은 대학 본부의 모든 부처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구다. 즉 총학은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 학교에 곧바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권 대행은 “학교에서 나오는 모든 입장 내지 대면수업 심의위원회, 대학일상회복지원단 등 학생을 위해 결정하는 전부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라며 총학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권 대행이 없었다면 학우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표자 부재에 대한 여파는 고스란히 학우들에게 돌아온다. 동아리방 개방과 같은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본부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된다. 방역수칙, 물품 지원 등 얽힌 관계가 많아서다. 그러나 정식적으로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장에게도 대표성이 없어 협의에서 당위성을 완전히 드러낼 수 없는데, 현재는 비대위장마저 없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강요되는 겸직

현 학생회칙상 자치기구가 성립되지 않거나 대표자가 궐위 상태면 비대위가 만들어진다. 비대위장은 직선 간부 중 1인이 한다. 따라서 총학이 비대위 체제가 되면 비대위장은 단과대 학생회장이 겸임한다.

단과대 회장이 단 한 명인 경우, 총학 비대위장을 겸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상 겸직이 강요되고 있다. 한혜민 전 총학 비대위장이 바로 그 예시다. 사범대를 제외한 다른 단과대가 전부 비대위 체제였기 때문에 총학 비대위장은 당연하게 그의 몫이 됐다.

이 구조는 업무 편향에 영향을 미친다. 한 전 비대위장은 본래 사범대 회장으로서 맡은 바를 다해야 했지만 비대위장 업무로 단과대 일을 부회장에게 맡겼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데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총학 업무 관련 회의에 참석하다 단과대 회의를 공지 없이 늦춘 적도 있었다. “총학 업무 관련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결국 사범대 회의 공지를 못 했어요. 그분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말 없이 미뤄진 거니까 정말 죄송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수행해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부담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전 총학 비대위장은 사퇴문에서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레 맡게 된 직책에 대한 막중한 부담감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 후유증 등 더 이상 비대위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대위장직을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위장을 겸직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단과대 비대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문과대에서는 8개 학과 중 홀로 정식기구가 된 일본언어문화학과 학생회장이 비대위장을 겸임하게 됐다. 강민성 문과대 비대위장도 한 전 비대위장과 같은 이유로 어려움에 시달렸다.

결국 강 비대위장 역시 문과대 업무로 인해 학과 일은 부회장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었다. “겸임으로 부회장의 업무가 가중돼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구조적 문제로 인해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한 사람이 하는 셈이다.

 

절실한 제도 개선

“총학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은 뭔가 아쉽거나, 피해받으신 분들이세요. 총학이 안전망 같은 역할이죠.” 권 대행의 말대로 총학을 비롯한 모든 학생자치기구는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다. 그러나 현재 모든 중앙자치기구가 비대위 체제다. 그중 총학의 대표자 자리는 공석이고 동아리연합회는 유명무실화됐다. 단과대 역시 사범대를 제외한 모든 기구가 비대위다.

권 대행은 이런 학생사회라도 학우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과대표 선출 미흡으로 삐그덕 거리던 학과나 무기한 예산 정지라는 감사 결과에 대한 분노 등 긍정적 시선은 아니지만 학우들은 학생사회를 지켜보고 있다.

권 대행은 “제도는 초기 값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기구나 사람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면 뒷받침을 해줘야 하는 거죠”라며 무너져가는 학생사회를 개선할 수 있으려면 회칙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학 비대위장 역시 “회칙상 문제가 정말 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오는 4월 5일부터 7일까지 재선거가 실시되지만 총학 후보자는 출마하지 않았다. 아태물류학부에서 유일하게 단과대 후보가 출마했지만 그가 총학 비대위장을 맡을지는 미지수다.

전례없이 일어난 비대위장 없는 비대위. 이제는 관례가 돼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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