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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막걸리 한 잔 하실래요?

“당신은 주로 어떤 술을 마시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맥주, 소주, 와인을 말할 거다. 그러나 “비가 오면 당신은 주로 어떤 술을 마시나요?”라는 질문에 십중팔구는 막걸리라고 대답할 거다.

투둑투둑 비가 올 때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우리 술, 막걸리. 그러나 여전히 값싼 술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막걸리의 이미지 변신을 위해 원료와 제조 방식, 숙성 기간 등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또한 누구나 입점해 상품을 팔 수 있는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하며 전통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렸다. 특히 양조장 투어, 막걸리 구독 서비스 등이 생겨나면서 막걸리를 접하는 세대도 늘어가고 있다.

 

우리 술, 막걸리

막걸리는 증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막’ 거른 술 또는 방금 ‘막’ 거른 술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모두 구설로 전해진 이야기라서 어느 것이 진짜 막걸리의 속뜻인지는 알 수 없다. 막걸리를 부르는 명칭 역시 여러 가지다. 막걸리는 탁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실 탁주가 더 큰 개념이고 법으로 명명한 공식 명칭이지만 친근하고 상표로 사용되기 편한 한글 표현인 막걸리로 쓰인다. 지역에 따라 탁배기, 탁주배기, 탁바리라고도 칭한다. 또한 특별한 안주 없이 큰 술잔에 마시는 습성이 있어 대폿술이라고도 전해진다.

인천에도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 전통주들이 많다. ‘삼양춘 탁주’는 뽀얀 빛깔에 강하지 않은 단맛과 천천히 올라오는 산미가 매력적인 술이다. 인천의 대표 막걸리 ‘소성주’도 있다. 통일신라 시대 때 인천의 이름인 소성에서 이름 붙였다. ‘소성주’는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이다. 강화도 지역 최초로 특산주 면허를 취득한 막걸리 ‘금풍양조’는 탄산이 없고 부드러운 목 넘김을 자랑하는 술이다.

 

특별하게 즐겨보자

요즘 양조장은 ‘양조장 투어’, ‘막걸리 빚기 체험’을 진행하는 등 막걸리의 접근성을 넓히려 노력 중이다.

인천에서는 금풍 양조장이 이를 시도하고 있다. 양조장 투어는 막걸리의 오랜 세월을 실감하게 한다. 목조 건물이어서 더욱이 옛것스러운 분위기가 풍긴다. 화룡점정은 100년 전 막걸리를 담글 때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1931년부터 3대째 영업하고 있는 곳이라 100년의 세월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풍채가 좋은 사람 두 명이 들어가도 모를 정도의 큰 크기의 술독과 몇십 개가 쌓여있는 누룩판, 술을 담은 병과 라벨까지 수없이 흐른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물건들을 보고 있자면 ‘막걸리가 이렇게 오래된 술이었단 말이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를 거다.

3대째 이어온 이 곳에서 1900년대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유일한 곳이 있다. 바로 신선한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주조실이다. 옛 것의 물건들은 온데간데 없고 번쩍번쩍 빛나는 술 통들로 가득했다. 주조실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막걸리의 알싸한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만으로도 술에 한껏 취할 것 같았다. 뽀얀 빛깔을 드러내며 뽀글뽀글 발효되고 있는 막걸리의 모습과 사방에서 풍기는 막걸리 냄새는 절로 바삭한 전을 떠올리게 했다.

또한 구식이라고 느껴지는 막걸리의 이미지를 벗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이 노력 중 하나로 금풍 양조장 앙태석 대표는 이미 막걸리를 색다르게 변신시켰다. 양조장 소속 전통주 소믈리에와 개발한 일명 ‘막걸리 아인슈페너’다. 본래 아인슈페너는 아메리카노 위에 크림을 올린 커피의 한 종류다. 이를 응용한 막걸리 아인슈페너는 씁쓰름한 막걸리 위에 달큰한 생크림을 얹어 묘한 매력이 드러나는 음료다. 사실 처음 이 음료와 마주했을 때 말도 안 되는 조합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모금을 들이킨 순간 의심은 생크림과 함께 눈 녹듯 사라졌고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양 대표는 “전통주라고 하면 올드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어 이런 부분들을 깨기 위해 술을 재미있게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술은 취향이라고 생각돼 예쁘고 맛있어 보이게 만드려고 노력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는 “술은 고객과 소통하는 수단 중 하나”라며 양조장의 한 공간을 막걸리를 이용한 카페로 개조할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즉 막걸리 아인슈페너는 그의 생각을 구현해낸 결정체 중 하나인 것이다.

 

막걸리 만들기 준비물
혼합물을 섞는 과정

과정은 단순, 재미는 최고!

양조장 투어 후엔 막걸리를 직접 빚는다. 물, 고두밥, 누룩만 있으면 준비 완료다. 고두밥은 쌀에 물이 닿지 않도록 증기에 쪄낸 밥을 말한다. 쌀의 전분분자 구조가 복잡하고 조밀하게 얽혀있지만 쌀을 찌게 되면 전분분자 구조가 일렬로 배열, 팽창해 발효가 쉬워지기 때문에 고두밥을 지어 넣는다.

가장 먼저 통에 물과 열기가 식은 고두밥, 누룩을 넣고 조물조물 섞어준다. 막걸리가 맛있게 만들어 지길 바라며 열심히 주물러준다. 이때 고두밥의 느낌이 꽤 재미있다. 꾹꾹 힘을 줘도 부서지지 않는 알갱이들을 움켜쥐며 막걸리 빚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혼합물은 물이 어느 정도 사라질 때까지만 섞어주면 된다. 사실상 이게 막걸리 만들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혼합물은 3일 동안 발효 시킨다. 3일 후에 다시 한번 고두밥을 지어 넣고 10일을 더 기다려준다. 고두밥을 추가하면 막걸리 완성 확률과 도수가 높아진다. 대신 아침, 저녁으로 두 번 저어야 한다. 이제 10일 뒤에 만나는 건 전이 저절로 떠오르는 뽀얀 막걸리다.

발효가 끝난 막걸리는 통에서 병으로 옮겨준다. 이때 통에 있는 막걸리에는 술 지게미가 남아 있어 체에 걸러야 한다. 술 지게미란 술을 거르고 나면 생기는 찌꺼기를 말한다. 체에 지게미를 거르려고 통을 열면 알코올 냄새가 코를 한방 때릴 것이다. 얼떨떨한 냄새에 놀라겠지만 술이 잘 만들어졌다는 증표다.

마지막으로 옮겨 담은 병에 커스터마이징을 하면 끝이다. 소매를 걷고 열심히 만든 막걸리를 나만의 것으로 만든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친 막걸리는 어느 술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막걸리 빚기에 참여한 김 씨는 “애주가로서 전통주를 만들기를 배우고 체험하며 술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고 전통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늘어갔으면 좋겠다”며 체험 소감을 전했다.

지게미를 거르는 과정
완성된 나만의 막걸리

 

매력적인 술

사실 막걸리는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누구나 빚을 수 있다. 그만큼 만들기 쉽다는 뜻이다. 양조장 투어를 통해 기자가 직접 막걸리를 빚으며 체감한 난이도는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정도다. 그러나 그 묘미는 대단했다. 직접 술을 빚는다는 설렘과 혼합물을 만들 때 느껴지는 고두밥의 촉감은 재미있고 중독적이었으며 완성된 술을 맛있는 전과 함께 먹었을 때는 최고였다.

최근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숨은 무형유산 찾기’공모와 ‘국민신문고 국민제안’으로 국민이 직접 제안해 지정된 사례라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국가무형문화재까지 등록된 막걸리 빚기. 직접 술도 빚어보며 전통주에 관해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젠 비가 오면 생각나는 술이 아닌 매일매일 생각나는 술이 될지도 모른다.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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