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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_연극] 2호선 세입자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꺼려지는 시기, 하루 중 사람들과 가장 많이 몸을 부딪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지하철이다. 지하철을 타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2호선 세입자’는 신박한 소재와 사연 있는 인물들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코믹하게 풀어낸 연극이다.

주인공 ‘이호선’은 우리네 사회초년생과 닮아있다. 호선은 회사에 매번 떨어져 꿈은 뒤로한 채 어렵사리 비정규직 역무원으로 취직한다. 이런 그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생겼다. 다름 아닌 2호선 세입자들 때문이다. 지하철 차고지에서 노숙, 아니 세 들어 살고 있는 이들은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다. 본인의 부양 문제로 가족의 갈등을 목격한 노인 ‘구의’. 늦은 나이까지 공무원 준비를 하는 ‘역삼’. 음주와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둔 ‘방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성내’가 그 주인공이다.

청년실업, 노인부양, 가정폭력, 그리고 갑질까지. 극은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풍자를 담아냈다. 호선은 지하철 차고지에 몰래 머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본사에 보고하려 하지만, ‘역장’은 그를 제지하며 직접 내보내도록 명령한다. 지시를 따르면 ‘정규직 전환’, 그렇지 못하면 ‘해고’다. 인사권을 두고 갑질을 하는 역장의 모습에서 허구한 날 상사의 갑질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뉴스가 스쳐 갔다. “제 뒤로 줄을 서시겠습니까”라는 역장의 말에서 우리 사회가 보인다.

사람 사는 일상에 대한 얘기도 함께 녹여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또 공감하며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웃’의 가치를 보여준다. 역장의 등쌀에 호선은 세입자들을 내쫓으려 한다. 세입자들은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원치 않은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다. 이들은 2호선에 숨어 살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가족처럼 의지한다. 호선은 세입자들이 서로 상처를 위로하고 정이 붙어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점차 마음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함을 깨닫는다. 호선과 세입자는 함께 지내며 조금씩 연대해 나가고, 이러한 극의 묘사로 관객은 웃음과 눈물을 교차한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삶이 어려워 정이 메말라가고 있다. 특히, 청년의 삶은 더욱 그렇다. 부동산값 폭등과 구직난, 물가 상승으로 각종 사회비용은 커져가는 탓에 주변 사람을 챙길 여유는 없다. 연애, 결혼, 내 집 마련에 이어 꿈과 희망,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이른바 N포세대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힘들 때일수록 우리 곁에 남는 건 인간관계가 아닐까? 365일 운행하는 지하철처럼, 모든 이들은 쉴 새 없이 달리며 살아간다. 그럴 때일수록 연극 속 세입자들처럼 지지고 볶으면서 고달프고 지친 마음을 서로 위로하면 조금은 괜찮아지리라.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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