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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새로운 총대의원회가 짊어질 무게
김범수 편집국장

지난 2월 전 총학 비대위장의 사퇴는 인하대 42년 학생자치 역사의 커다란 변곡점을 만들었다. “단과대 회장이 총학 비대위장을 맡는다”는 당연한 책임의 관념은 깨지고 그 간극은 무관심과 중직(重職)을 향한 맹목적 두려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당장 이번 재선거 유력 단과대 회장 후보는 총학 비대위장직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올해는 비대위장 공석이 확실시된다. 내년에도 단과대 회장들이 ‘총학 비대위장직을 맡을 이유’가 없어졌다. 귀찮고 보람 없는, 부담스러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간 총학 비대위를 지켜온 것은 ‘누군간 해야겠지’라는 하소연 섞인, 학생사회를 향한 자치기구 종사자들의 일말의 주인의식이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 총학 비대위장은 의도치 않게 학생자치에 뼈아픈 선례를 남겼지만, 이 사태가 함의하는 바는 단순한 자치기구 종사자 개인의 역량과 책임감 그 이상이다. 결국 문제는 ‘구조’다. 그럴듯하게 작동했던 구조는 시간이 지나며 결점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 문제를 알았지만 선뜻 나서 고치기는 어려웠다. 결국 수년째 삐그덕거리던 구조는 특정 시기, 특정인을 만나 ‘예정된 붕괴’를 시작했다.

구조는 ‘제도’와 ‘인식’으로 나뉜다.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와, 무관심으로 대표되는 학생들의 학생사회를 향한 인식은 일개 개인으로서 자치기구 대표자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했고, 곪을 대로 곪은 문제는 올해 터져 나왔다. 구조를 바꾸려면 제도와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제도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에 선행한다. 인식은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제42대 총대의원회는 무너져버린 구조 앞에 서 있다. 1년 4개월 만에 총대의원회는 학생사회 흥망의 변곡점 가운데 탄생한다. 총대의원회 의장 후보자는 ‘회칙개정’을 카드로 들고나왔다.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회칙에 관한 그들의 문제 인식에 공감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 피상적으로 보이는 회칙의 오류만을 바꾸겠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보자에게 회칙개정의 주안점 세 개를 물었을 때 ‘신규자치단체 가입요건 완화’, ‘선거성립선 완화’, ‘간부징계 정상화’를 답했다. 물론 우리 회칙이 가진 큰 오류다. 그러나 중앙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학생회와 대의원회의 집행과 의결을 분리하겠다는 등 이전 회칙개정 시도처럼 ‘큰 기술’이 보이진 않았다.

우리 회칙에 과연 ‘선거성립선 완화’나 ‘간부징계 정상화’ 등 피상적 오류가 아닌 근본적 체제의 오류가 없는가. 학생사회 의제설정과 의사결정을 모두 관장하는 기이한 ‘(중앙)운영위원회’ 체제, 그리고 법 하나 제대로 바꿀 수 없는 자칭 의회기구 총대의원회, 선거구마다 상이한 의원(대의원) 선출방식 등등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할 문제점이 우리 회칙에 많다.

우리 학생자치는 또 한번 추락의 변곡점에 서 있다. 만약 후폭풍이 두려워 혁신을 미룬다면 이제 혁신을 시도할 주체조차 등장하지 못할 수 있다. 마지막이다. 더 이상 땜질은 안 된다. 자잘한 수정은 추락의 ‘속도’를 늦출 뿐, 우하향으로 추락하는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대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되었든, 학생사회 변화의 바람을 불어일으킬 ‘큰 기술’을 고민하는 제42대 총대의원회를 기대한다.

김범수 편집국장  kbs@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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