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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전쟁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해석 사이에 단절로 일어난다.
  • 성동기 프런티어학부대학 조교수
  • 승인 2022.03.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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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기 프런티어학부대학 조교수

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

 

필자는 박사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현대사를 전공했고 귀국 후 연구과제로 우크라이나 역사를 2년 동안 연구했다.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분석하기에 앞서 개인의 연구 이력부터 밝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필자는 역사학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언론은 역사학이 아닌 국제법, 국제규범, 국제정치학 관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기사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분석하고 있다. 국제규범에 따르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정당한 이유 없이 침공한 것이 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전쟁’이라는 표현은 국제법과 국제규범에 의하면 정확한 것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UN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한 전쟁이라고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학의 관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분석하면 국제법, 국제규범, 국제정치학의 그것과 달라진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카(E. H. Carr)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s)’과 ‘현재의 해석(Interpretation)’ 사이에 끊임없는 대화를 역사라고 정의했다.

역사학의 관점에서 보면 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지 그 역사적 배경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는 역사가 없다. 국제법, 국제규범, 국제정치학의 관점으로, 미국의 전략과 전술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해석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의 대화를 단절시켰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증가하고 도시가 파괴되면서 푸틴은 전쟁에 미친 악마로 묘사되는 반면에 젤린스키는 이 악마에 저항하는 전쟁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다수의 역사학자들이 인정하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무시되고 소수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의 주장이 역사적 사실이 되어 버렸다.

‘초연결세계(Hyper-connected World)’를 통한 ‘기술정치(Politics of Technology)’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라는 것이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확인되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SNS 공간에는 다수의 역사학자가 인정하는 다음과 같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은 의미가 없다.

882년 지금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에 세워진 ‘키예프 루스(Kievan Rus)’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벨라루스 국가사의 공통된 출발점을 이루며, 1240년 몽골에 의해 키예프 루스가 멸망한 후 세 민족의 정체성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키예프 루스는 988년 ‘동방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를 받아들였다. 몽골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 서부는 가톨릭을 신봉하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지속적인 개종의 위협을 피하고 종교적 자유를 찾기 위해 동부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은 1654년 ‘페레야슬라프 조약(Pereyaslav Council)’을 통해서 같은 종교를 믿는 러시아 황제에게 스스로 충성을 맹세하였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지배를 지속적으로 받았다. 특히 현재의 우크라이나 영토는 소련으로부터 받은 유산이다. 러시아는 이 조약 이후부터 우크라이나를 외국이 아닌 국내의 변방으로 인식했다.

1990년 5월에 미국의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와의 회담에서 나토 동진의 확대가 없을 것이라고 구두로 약속했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나토의 동진은 지속되었다. 푸틴은 2000년 집권 이후부터 현재까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반대하고 중국과 다극체제를 구축하려고 국가 전략을 세웠고 이를 실천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것도 역사적으로 검증된 ‘과거의 사실’이다.

국제법, 국제규범, 국제정치학의 관점으로 미국의 전략과 전술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해석은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의 대화를 단절시켰다. 전쟁은 항상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해석 사이에 단절로 일어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동기 프런티어학부대학 조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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