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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기분도 UP! 환경도 UP! 폐현수막 업(UP)사이클링
시내에 걸려있는 대통령 선거 현수막(출처:연합뉴스)

매년 선거철이 되면 발생하는 대규모의 폐현수막.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무려 9,220t이다. 그중 인천에서 749t이 발생했고, 압도적인 수의 폐현수막이 소각 처리됐다. 단 5%만이 재활용됐을 뿐이다. 현수막은 일회성 홍보용으로만 쓰이고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자원 낭비와 환경 문제 유발이라는 비판에 늘 직면한다. 특히 2022년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또다시 어마어마한 양의 폐현수막 발생이 우려된다.

그러나 폐현수막을 재활용해서 마대나 장바구니로 만드는, 일명 업사이클링을 통해 폐현수막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업사이클링은 ‘Upgrade + 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활용 방법을 바꿔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을 일컫는다. 그동안 폐기되거나 소각해왔던 폐자원들을 재활용해 더 가치 있는 용도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은 물론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은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제품으로 재탄생될 수 있다. 현수막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면 등으로 만들어진 합성섬유라 장바구니나 청소용 마대 같은 실용적인 제품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지역에서 폐현수막이 마대나 장바구니로 업사이클링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 금천구 등에서는 18년도 지방선거 현수막을 재활용해 장바구니로 제작·보급하는 ‘선거 현수막 재활용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폐현수막을 이용해 공공 쓰레기를 수거하는 마대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경상북도 예천군에서도 폐현수막을 소각하는 대신 청소용 마대로 사용해 상당한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둔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들과 시민단체,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업사이클링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업사이클링 기업도 생겨나는 추세다. 이 업체들은 폐현수막과 다양한 폐자원들을 이용해 ▲지갑 ▲카드지갑 ▲열쇠고리 ▲카드 포켓 ▲펜 케이스 등을 만든다. 매력적인 디자인은 물론, 가격도 보통 1~2만 원대로 저렴한 편이어서 동날 정도로 인기도 많다. 특히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다.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업체인 큐클리브 관계자는 “보통 20대에서 30대 초반 분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며 젊은 층 중심의 업사이클링 열풍을 전했다.

똑같은 폐현수막을 이용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희소성 있는 디자인에서 나오는 특별함이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업사이클링 제품의 매력에 대해 큐클리브 관계자는 “실루엣은 동일할 수 있으나 그래픽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고, ‘나만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진다”면서 “(업사이클링 제품) 디자이너로서 많은 사람이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가져서 기분이 좋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합리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이야말로 일석이조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폐현수막을 업사이클링하고 있는 기자
신문사 내부에 놓인 마대

 

''가 하는 업사이클링

백 마디의 말보다 한 가지의 행동이 더 낫다고 했다. 이에 기자가 직접 본교 폐현수막을 마대로 재탄생시켜봤다. 우선 폐현수막을 구하기 위해 본교 소각장으로 향했다. 아침 이슬을 맞았는지 약간 축축했고, 꼬질꼬질한 때가 묻어있었다. 아뿔싸! 이런 폐현수막을 다시 재활용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야심 차게 계획한 일이고, 첫발을 내디뎠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중 하나를 택해 신문사 편집국으로 가져왔다.

가져온 폐현수막의 길이는 대략 250cm 정도 됐다. 이 정도 크기면 100cm 길이의 마대 하나로 재탄생할 수 있는 크기였다. 준비물은 펀치와 줄자, 가위 그리고 폐현수막 하나만 있으면 될 정도로 간소하고, 만드는 방법도 의외로 간단하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내고 반으로 접은 다음, 그 둘레를 펀치로 뚫고 구멍 사이사이로 현수막을 걸 때 사용한 줄로 엮는다. 그 후 마무리로 줄이 풀리지 않도록 매듭을 묶어주면 완성이다. 있는 자원을 최대한 이용해 만드는, 말 그대로 친환경 마대다.

하지만 업사이클링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쌓인 먼지와 은은하게 배어있는 퀴퀴한 냄새였다. 그나마 마스크를 착용했기에 냄새가 덜했다. 폐현수막을 만질 때마다 쌓여있다 못해, 굳어버린 먼지들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듯했다. 순간 신문사 회의 때 폐현수막을 재활용해 보겠다고 밀어붙였던 내 모습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칼이라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다시 가위와 줄자를 들었다. 100cm 길이의 마대를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에 200cm 정도 잘라내고 반으로 접어 둘레를 줄로 엮기 시작했다. 줄로 엮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현수막에 달린 줄 중 쓸만한 부분만 잘라내다 보니 길이가 짧아져 하나의 줄로 모든 구멍을 엮을 수 없었다. 조금 귀찮지만 짧은 줄이라도 최대한 많은 구멍 사이사이에 넣은 다음 마지막에 매듭으로 끈 처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을 6번이나 반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폐현수막 마대. 막상 완성해 보니 생긴 것은 생각보다도 초라했다. 쓰레기를 넣다 보면 나중에 마대가 터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어수선한 마음을 다잡고 눈에 보이는 몇 개의 쓰레기로 성능 테스트를 해봤다. 걱정과는 달리 꽤 튼튼했다. 쓰레기 수거용 봉투로 쓰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는데…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후회와 불쾌감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 작은 시작이 친환경 활동의 첫 발걸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자 뿌듯함이 솟아올랐다. 현재 폐현수막 마대는 신문사 쓰레기 수거용 봉투로 이용되고 있다.

 

인경호 주변을 가득 메운 졸업 축하 현수막

폐현수막 업사이클링이 교내에서도 활발해지길!

폐현수막 문제는 본교 내에서도 꾸준히 존재해 왔다. 매년 2월이나 8월이면 졸업·취업 관련 현수막들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본교 학생지원팀과 총무팀에서 현수막 설치 허가를 담당하지만, 철거 및 처리는 담당하지 않고 그마저도 허가 없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막을 내린 졸업식. 하이데거 숲과 인경호 근처에 걸려있던 수많은 현수막도 철거할 시기다. 이번에는 방치하거나 버리지 말고 직접 수거해 업사이클링해보는 것이 어떨까? 졸업식 현수막은 그 자리에 남아있지 않겠지만 '뿌듯한' 감정은 졸업식의 추억 속에 각별히 남을 것이다.

이재원 기자  ljw348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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