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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동행, 존엄한 죽음
‘그리다’ 빈소에서 치르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2월의 어느 날, 오전 9시.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서울시립승화원에는 바깥 공기와는 사뭇 다른 따뜻한 공간이 마련됐다.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애도와 추모를 위해 마련된 빈소 ‘그리다’다.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은 ‘그리다’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을 동행하고, 모든 이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 3시간, 마지막 배웅에 걸린 시간

“지금부터 이 씨와 윤 씨의 장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눔과 나눔 장례지도사의 한 마디로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이 시작된다. 고인에 대한 짧은 소개 뒤 묵념하며 명복을 빈다. 한 번도 마주 본 적 없는 이 씨와 윤 씨를 떠올리며 진심으로 명복을 빌었다. “아무리 슬퍼도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으나 고이 길을 떠나소서.” 지도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추도사를 묵묵하게 읽어 나갔다. 추도사 낭독이 끝나면 향을 피우고 재배(再拜)한 뒤 고인에게 마지막 식사를 올린다. 술 한잔과 고깃국, 그릇 가득 채워진 흰 쌀밥. 그 후 작별을 고하는 조사(弔詞) 낭독과 헌화를 마지막으로 추도식은 끝이 난다.

“당신이 간절히 소망했던 모든 일들, 못다 한 꿈들, 살아오면서 서운했던 모든 일들을 내려놓으시고 이제는 편히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 모인 우리가 당신을 배웅할 수 있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추도식을 마치면 화장이 시작된다. 윤 씨의 위패를 기자가 직접 들고 화장터로 향했다. 이 씨의 위패는 조문객이 들었다. 위패를 손에 꼭 쥐고, 운구된 관과 함께 걸어 나갔다. 정말 이 씨와 윤 씨의 마지막이었다. 다시 한번 그들의 안녕에 행복이 깃들길 기도하며,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화장이 끝나기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나눔과 나눔은 다시 ‘그리다’로 돌아와 오후에 있을 또 다른 장례를 준비한다. 다시 상을 차리고 헌화 된 꽃을 정리한다. 화장이 끝나면 고인의 유골은 유족들이 함께 산골 하는 장소인 유택동산으로 간다. 유택동산에 모인 유골은 땅에 묻힌다. 유골을 뿌리기 전, 꽃길을 걸으라는 의미로 유골함에 국화 꽃잎을 뿌려준다. 유골을 뿌려주고 위패를 태워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

60여 년의 인생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3시간 남짓이었다.

그들이 오는 길

무연고 사망자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 또는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등의 사망자다. 2019년도부터 2021년도 8월까지 집계된 무연고 사망자는 무려 7,63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나눔과 나눔’과 ‘서울시립승화원’은 이렇게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는 걸까.

사망자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연고자를 찾는다.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안치한 뒤 연고자와 연락을 시도하고,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한 경우 경찰 수사를 통해 진행된다. 병원과 장례식장, 경찰의 수색 후에 연고자가 나오지 않으면 지자체가 연고자를 찾는다. 지자체는 14일간 연고자와 연락을 시도한다. 그러나 끝내 연고자가 없거나, 있어도 연락이 닿지 않거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자로 확정한다. 무연고자로 확정되면 서울시는 협약을 체결한 장례 수행 업체와 화장장, 나눔과 나눔에 장례를 요청한다. 수행 업체는 요청을 받아들이고 직접 고인을 입관하고 화장을 예약한다. 승화원은 무연고자 빈소 설치와 화장을 진행하고 나눔과 나눔은 장례 절차를 돕는다.

빈소 한 벽면에 붙어 있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각지대 속 무연고 사망자

‘무연고’라는 단어 때문에 이들이 아무런 사회적 관계없이 죽음을 맞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가족이나 이웃, 동료가 없는 사람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조차도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 있다. 바로 법령 미비 때문이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선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를 연고자로 규정하고 있다. 장사법상 연고자는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다. 이는 곧 혈연이 아니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혼 관계나 조카, 며느리 역시 사회에서 인정하는 가족이지만 장사법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장사업무안내》에 위와 같은 관계와 친구, 이웃 등도 장례 주관을 희망하는 경우 장례를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장사업무안내》는 행정 지침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자체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장사업무안내》에 따라 혈연이 아닌 자가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약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무연고자로 확정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4일이고 그 뒤 장례주관자를 지정하는 절차까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즉, 사망해도 곧바로 장례를 치를 수도 없다.

이외에도 법이 갖는 오류는 또 있다. 장사법과 의료법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장사법상 형제는 연고자에 해당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러나 의료법상 직계가족이 있을 경우 형제, 조카, 삼촌과 같은 가족은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장례 절차와 사후 절차 행정처리에는 모두 사망진단서 원본이 필요하다. 사망진단서가 없으면 발이 묶인 채 연고자가 있어도 무연고자가 되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 실정이다. 나눔과 나눔 김민석 팀장은 “이렇게 법안이 충돌해 동생을 무연고 사망자로 보내는 경우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무연고 사망자에 관한 법안은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무연고 사망자에 있어 심각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사망자를 외면하는 연고자다.

연고자가 없어 무연고자가 되는 경우보다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해 발생하는 무연고자가 훨씬 많다. 앞서 언급한 7,637명 중 70%가 이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만만치 않은 장례비용과 가족과 관계 단절이 그 이유다. 그중 만만치 않은 장례비용이 더 큰 문제다. 한국의 평균 장례 비용은 1,380만 원이다. 특히 최근에는 형제 없는 외동 가족이 늘어나고 있어 그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장례는 점점 더 개인이 부담하기 힘든 불가능의 영역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대한민국의 장례는 완전히 시장 논리에 맡겨져 있다. 국가나 시가 운영하는 장례식이 전무해 오로지 본인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관해 김 팀장은 “오로지 개인이 부담하는 장례는 공공성 보장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장사 복지가 생겨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공영장례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 등의 시신이 장례 의식 없이 ‘처리’되지 않도록 애도와 추모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만약, 공영장례가 지원되지 않는다면 장례 절차나 의식 없이 ‘시신 처리’만 이뤄진다. 전년도 9월 21일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국가법령정보 시스템에 ‘무연고’ 또는 ‘공영장례’ 검색 시 63개의 조례가 검색된다. 그러나 그 중 광역자치단체의 조례는 8개, 기초자치단체 조례는 56개로 광역 및 기초 모두 절반이 채 안 된다. 최근 들어서 광주시와 대구시에서 공영장례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다.

 

바뀌어야 할 시선

또한 김 팀장은 “공영장례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만을 지원하는 곳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에는 무연고 사망자를 불쌍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나눔과 나눔은 무연고 사망자분들이 불쌍해서 장례를 치르는 게 아니에요. 모두가 존엄하게 태어났다면 그 마지막도 존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절대로 무연고 사망자분들을 순백의 존재로 표현하지 않아요”라며 김 팀장은 사회가 바라보는 무연고 사망자는 편견이라고 말했다. 나눔과 나눔 임정 팀장 역시 사회의 인식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하며 “일부 인생을 엉망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아닙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법의 오류 등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별개, 타인의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편견을 강력히 배격했다.

 

그리운 사람을 그리는 마음

나눔과 나눔은 그들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젠가 반드시 문을 닫아, 지금 나눔과 나눔이 하고 있는 일들이 보편화 돼 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다’ 빈소 한 벽면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는 마음’이란 문구와 함께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붙어 있다. 그동안의 삶을 위로하며 고인의 영원한 행복을 빌어 준다. 무연고 사망은 결코 타인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이의 존엄한 죽음을 위해 그간의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봄에 만나 봄에 떠난 너는 우리에게 봄이었다.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이제 네가 가고픈 곳 모두 여행하거라. 널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찾아 떠나거라. 우리는 너를 많이 사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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