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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나는 지난여름 반딧불이를 담았다

어릴 적 영화나 애니에서 반딧불이로 불을 밝히고 책을 읽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흔히 개똥벌레라고 불리는 곤충, 검은색 몸체의 배마디 끝면에서 연두색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서식지는 어디이며 카메라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딧불이를 만나기 위해 나는 지난해 여름 충청남도 금산 마달피 삼육 청소년 수련원으로 촬영을 다녀왔다.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장면이 가능할지 혹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반디의 모습이 자연 속에서는 어떠할지 호기심으로 시작된 반딧불이 촬영기였다.

반딧불이는 빛과 냄새, 온도와 습도, 그리고 소음에 민감한 곤충이다. 반딧불이를 마주하고 카메라에 담는 과정 속에는 되도록 어떠한 외부 불빛도 허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카메라 보조광이나 스크린, 셔터 소리 역시 방해가 될 수 있어 검은 천으로 감싸고 무소음 상태로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컴컴해진 어두운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출사 전 미리 반디 출몰 지역을 체크하고 카메라 세팅 후 대기시간을 가져야 한다.

카메라 세팅의 경우, 우선 흔들림을 방지하기 위해 삼각대와 인터벌 타이머(‘릴리즈’라 불리는 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반디는 빛을 계속 발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 2초마다 깜박이며 이동한다. 때문에 카메라 노출의 3요소(셔터스피드, 조리개, ISO감도) 중 환경에 따라 조리개를 최대 개방한 후, 셔터스피드와 ISO 감도를 적절하게 확보해야 반디가 지나간 궤적이나 빛망울을 담아낼 수 있다. 반디와 만나기 전 카메라 초점은 다른 피사체를 통해 미리 맞춰 두고 MF(수동 초점)모드로 고정해두면 편하다. 화각의 경우, 밝은 단렌즈나 망원렌즈 등 상황에 따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나와 친구들은 해가 저물기 전에 출사 장소에 도착해 준비했다. 반디를 만나기 위해 구경 온 어린이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마달피 수련원 입구의 우측 산 숲에서 반디가 날아오는 포인트 장소 방향으로 카메라를 세팅한 후, 바로 옆쪽에 주차해 둔 차 안에서 기다렸다.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숲속의 요정 반디들이 빛을 내며 고요한 환경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경이로운 과정을 숨죽인 채 바라봤다.

한두 마리가 형광 신호를 보내는 모습을 실제로 마주한 나는 그 신비로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두운 밤공기 속, 오로지 반디의 빛에만 온 신경을 둔 우리는 반디가 잘 담기길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처음 한두 컷을 찍은 후 세팅이 적합했는지 체크하기 위해 검은 천 속에 얼굴을 파묻어 스크린을 봤다. 카메라에 포착된 반디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 짜릿함은 말로 이루어 표현할 수 없었다. 연두색 작은 점으로 찍히거나 빛망울이 잡히며 카메라에 포착된 반디의 모습 덕분에 긴 대기시간으로 지친 피로가 모두 날아갔다. 우리는 촬영을 이어가며 숲속의 요정들과 계속 인사를 나눴다.

반딧불이는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반딧불이가 어른벌레가 돼 빛을 내며 활동하는 모습을 5~7월 사이에만 만나볼 수 있다. 청정지역에서는 은하수와 함께 밤하늘을 수놓는 반딧불이의 모습을 포착할 수도 있다. 이제는 일부 서식지마저 사라져 가는 반디들을 위해 생태계를 보존하며 반딧불이 촬영을 매년 이어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다연(철학·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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