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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학번은 숫자에 불과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한들 열정적으로 임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보통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께 쓰이는 말이지만 군 생활을 갓 마친 남성들에게는 조금 달리 통한다. 군대에는 나이가 아니라 먼저 들어온 순서, 이라는 문화가 존재하고, 보통 짬이 높을수록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필자 또한 경험적 근거에 의해 저 어귀로부터 나오는 교훈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본지 기자 생활을 하며 이 교훈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적어도 수습기자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필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과 동시에 인하대학신문사 66기 수습기자 모집에 지원했다. 당시 본교가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미선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고, 학생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학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기자 모집에 합격하길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 발표날이 됐고, 합격 통보 문자를 받았다. 전역 후 느낀 첫 성취감에 나름 기쁘기도 했고, 본교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것이 뿌듯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잠시였다. 신문사 구성원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기쁨은 점점 충격으로 바뀌었다. 국장부터 정기자까지 대부분이 후배들이었기 때문이다. 17학번인 팀장을 제외하고 국장, 부국장, 정기자가 학번으로는 18학번인 필자보다 아래 학번인 19, 20, 21학번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후배에게 피드백을 받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자존심에도 타격이 갔으며, 나 자신이 후배들보다 뒤처져있다는 생각에 조바심까지 났다.

 

한 학기 동안의 수습 생활을 마치고 정기자가 된 지금, 누군가가 나에게 여전히 저 당시의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놀랍게도전혀 아니다이다. 사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나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학번은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대학 생활에서는 내가 선배일지 몰라도 대학신문의 세계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취재 방식, 기사 구성 등 신문사 업무는 나보다 앞서 입사한 기자들이 훨씬 능숙했다. 모두 후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인물들이었으며 되려 선배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필자에겐 19, 20, 21학번이 아닌 63, 65기 선배 기자였다.

 

아마 이 글이 실린 1296호가 발행된 이후에는 67기 수습기자들이 입사할 것이다. 혹 지원자들이 이글을 보게 된다면 필자는 이 말을 건네주고 싶다. ‘학번은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신문사에 입사하기엔 학번이 너무 높아서, 혹은 학번이 너무 낮아서 걱정된다면 어서 떨쳐버리길 바란다. 오로지 열정과 책임감만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하다. 필자가 그 사실을 보증한다.

 

이재원 기자  ljw3482@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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