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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관심의 사각지대, 교내 쓰레기 분리수거
  • 박지혜 기자, 장민서 기자
  • 승인 2021.11.2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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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관 옆 쓰레기 소각장
소각장 직원이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쓰레기들

학교에서 쓰레기를 버릴 때 가끔 양심의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한 쓰레기통에 모든 종류의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걸까? 하지만 ‘분리수거함이 따로 없다’는 이유로 합리화하며 그냥 버려왔다.

우리가 학교에서 만나는 쓰레기통의 대부분은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아니다. 종이, 플라스틱, 병, 캔, 심지어 음식물까지 한데 섞여 버려진다. 쓰레기는 분명히 종류별로 분리해 버려야 할 텐데, 학교에선 이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해왔을까? 교내 쓰레기들이 거쳐 가는 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쓰레기 수거부터 분류까지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나빌레관 옆, 학교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소각장. 여기는 교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소각장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된다. 소각장에서는 쓰레기를 크게 박스, 흰 종이, 책, 캔, 병으로 분류한다.

쓰레기가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은 아침 9시부터 10시 반까지다. 9시가 되자마자 인하대학교 마크가 달린 트럭이 줄줄이 들어왔다. 소각장 직원들은 트럭이 올 때마다 뒤에 실린 쓰레기들을 내리느라 바빴다. 쓰레기봉투에는 일회용 컵, 폐휴지, 음식물쓰레기 등이 한데 섞여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봉투 안에 퍼져있는 음식물쓰레기다. 봉투가 터지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기자가 소각장을 방문한 시기는 한여름. 오전이었지만 햇빛은 매우 뜨거웠다. 마침 이날은 과방, 동아리방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이 모이는 날이기도 했다. 직원들은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서 묵묵히 쓰레기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온갖 종류의 쓰레기들이 나왔다. 옷가지들부터, 가방, 오래된 컴퓨터 부품, 심지어 신분증과 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까지.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리하고, 개중에 쓸모 있는 것들은 직원들이 재활용해보려 하기도 했다. 무더운 날씨에 쪼그려 앉아 쓰레기를 분류하는 직원들의 이마에선 땀방울이 뚝뚝 흘렀다. 해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쓰레기가 부패하며 나는 악취가 진동했다.

이번엔 쓰레기를 수거하는 트럭을 따라갔다. 각 건물에는 쓰레기를 모아 내놓는 장소가 있다. 지정된 장소에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모아 내놓으면 트럭이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운행하는 트럭 두 대가 계속 학교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실어 간다. 트럭을 운행하는 직원은 고충을 털어놓았다. “옷을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갈아입어야 해요.” 쓰레기봉투가 찢어지는 일이 다반사고, 그렇게 찢어진 봉투에서 나온 오물이 옷에 묻기 때문이다. 특히 학기 중에는 쓰레기통에 음료가 들어있는 채로 버려진 플라스틱 컵 등이 많아 더 힘들다. 기숙사에서 나오는 쓰레기에는 음식물이 포함된 경우도 많다. 그는 “기숙사 퇴사 시기에는 별별 쓰레기가 다 나오고, 말 못 할 쓰레기들도 봤다”고도 말했다.

 

학교도, 학생도 관심 없는 분리수거

현재 본교에서는 따로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두지 않고, 모든 쓰레기를 한 번에 모아서 버리도록 하고 있다. 분리수거 없이 한데 모인 쓰레기들을 소각장까지 트럭으로 수거해오고, 소각장에서 직원들이 간단한 분류 작업을 한다. 이후 남은 일반 쓰레기는 수거 업체에서 가져가 재분류하고 소각하는 등 2차 과정을 거친다.

안전환경실 관계자는 “5~6년 전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각 호관당 하나씩 설치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내에 몇 없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임에도 학생들은 물론, 쓰레기들을 모아 내놓는 환경미화원도 따로 분리수거를 하진 않는다. 그렇게 쓰레기장까지 모든 쓰레기들이 섞여서 온다.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다고 수거한 쓰레기를 꼼꼼히 분류하는 것도 아니다. 소각장에서 쓰레기 분류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은 안전환경실 직원, 계약직 직원, 장애인 센터에서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그 중 장애인 센터에서 고용된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데, 이들에게 강도 높은 분류를 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일일이 분류하기에는 시간적 제약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관례로 눈에 보이는 재활용 쓰레기만 빼내 분류할 뿐, 내부에 있는 쓰레기까지는 확인하지 않는다. 음식물쓰레기가 섞여 있어 확인하기 힘들기도 하다. 안전환경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쓰레기를 전부 뜯어보고 분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본교 소각장에서는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지 않는다. 그는 “예전엔 페트병도 분리를 했지만, 요즘엔 안 한 지 꽤 됐다”고 전했다. 쓰레기 수거 업체가 가져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덧붙여 “수거 업체가 가져가지 않는 쓰레기 종류는 오히려 처리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따로 분류하지 않고 한데 모아 업체에 넘기는 것이 차라리 효율적인 상황이다.

또한 캔은 고철과 알루미늄 중 알루미늄만 모은다. 책에 끼워진 A4용지 등은 하나하나 빼내어 따로 쌓아 둔다. 수거 업체에서 알루미늄 캔과 A4용지 같은 흰 종이들은 값을 비교적 많이 쳐 주기 때문이다. 학교는 쓰레기 처리에 비용을 최대한 들이지 않으면서, 돈이 되는 쓰레기를 파는 것이 이득이다. 이렇듯 쓰레기가 제대로 분류되지 않는 현실은 결국 비용 문제로 귀결된다.

 

다른 학교 상황은?

그렇다면 타 대학들의 쓰레기 처리 상황은 어떨까?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등 여러 대학들 또한 비슷한 처지다. 재활용 쓰레기통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통일된 쓰레기 처리 체계가 따로 존재하지도 않아 쓰레기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외부 업체를 통해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어 청소노동자들의 간단한 분류 작업만을 거친다.

반면 체계적인 과정으로 쓰레기 처리에 노력을 기울이는 학교도 있다. 포항공대는 대학 청소업체가 쓰레기를 일괄적으로 수거해 즉시 배출하는 방식으로, 대학 내에서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관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 학교와 다르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도록 하고, 종류를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실험폐기물로 나눠 따로 처리하는 등 쓰레기 처리에 보다 체계적인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나 크기가 작은 재활용 쓰레기들이 일반쓰레기에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 쓰레기를 수거하기 전에 일일이 직접 분류하고 있다.

 

분리수거 문제를 개선하려면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지 않는 현 체계에서는 이를 수거하고 분류하는 청소 노동자들의 고충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두 번 세 번 노동자들의 손을 거쳐야 하므로 효율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교내에서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일부 남아있다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5호관 1층에서 발견했지만, 이마저도 일반쓰레기와 캔·병류 두 종류로만 구분돼 있었다.

우선 학교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과거 분리수거 쓰레기통을 설치했을 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 현실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또, ‘분리’수거를 할 수 있도록 쓰레기통 종류도 세분화해야 한다. 특히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배출하는 장소나 쓰레기통의 마련이 절실하다. 이렇게 분리수거 환경을 먼저 조성하면 분리수거를 지키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비용이 들더라도 이제는 분리수거를 마냥 피할 수는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지혜 기자 wisdom99@inha.edu

장민서 기자 judy73jh@inha.edu

박지혜 기자, 장민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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