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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톡톡] 은행 열매에서는 왜 고약한 냄새가 날까?

울긋불긋 가을을 알리는 색깔들, 그중 우리는 은행나무의 샛노란 색을 가장 흔하게 마주친다. 칙칙한 회색 건물 사이에서 흩날리는 노란 잎들은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예쁜 색과 아름다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은행나무를 피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 때문이다. 심지어 은행이 후두둑 떨어져 구린 냄새가 나는 장소를 소위 ‘지뢰밭’이라 부르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은행에선 고약한 냄새가 날까?

은행 열매는 정확하게 말하면 열매가 아닌 은행 씨앗이다. 은행은 종자식물의 생식기관인 밑씨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이다. 따라서 겉에 드러나 있는 씨앗이 공격을 받아 제구실을 못 하거나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것이다. 즉, 은행 열매는 열릴 때부터 냄새를 풍기는 것이 아닌 씨앗이 공격받은 상태일 때 악취가 난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하면 은행 열매는 겉부터 차례대로 외피층, 중종피, 내종피, 배젖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가장 바깥에서 은행 열매를 감싸고 있는 단단한 겉껍질인 외피층의 ‘뷰티르산’이 냄새의 근원지다. 뷰티르산은 식물성 지방산 중 하나로 지방산 가운데 탄소수가 가장 적은 유기산이다. 이때 뷰티르산을 형성하고 있는 지방산의 냄새가 발 고린내와 매우 유사해 은행 열매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지방산은 자극적이어서 뷰티르산을 섭취하거나 피부와 눈 점막 등에 노출되면 발적, 염증, 통증, 복통과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절대 떨어진 은행 열매를 맨손으로 만져선 안 된다.

그러나 모든 은행나무가 고약한 냄새를 퍼뜨리지는 않는다.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로 구분되는데 이때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로 열매를 맺은 암나무만 악취를 풍긴다. 그렇다면 냄새가 나는 암나무 대신 수나무만 가로수로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묘목일 때 암수 구분은 어렵고 15년 이상 자란 뒤 꽃과 열매가 맺히면 비로소 구별이 가능하다. 때문에 수나무만 가로수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악취 때문에 내버려 두기엔 은행나무는 도시 미관과 환경을 담당하는 가로수로 쓰기 제격이다. 자동차 매연 등 대기 속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탁월한 공기 정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만큼 생명력이 강한 은행나무는 병충해에 잘 견디고 추위나 더위에도 강하다. 독특한 잎 모양과 함께 여름에는 초록색, 가을에는 노란색으로 아름다운 풍경까지 만드니 안성맞춤이다.

다행히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이 손톱 크기만 한 잎을 이용해 1년생 은행나무도 암수의 구별이 가능한 DNA 성 감별법을 개발했다. 현재는 이를 토대로 가로수를 수나무로 교체해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암나무는 열매를 생산하는 용도로만 사용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진동 수확기를 활용해 열매가 공격받기 전에 떨어지도록 만들어 악취가 나지 않게 개선 중이다.

DNA 성 감별법과 진동 수확기로 악취 문제는 점차 해결되고 있다. 실제 20년도 대비 21년도 서울시의 악취 민원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언젠가는 모든 은행 열매의 악취가 사라져 “그땐 그랬지~”라고 말하는 순간이 오게 되지 않을까?

신지수 기자  jagun0331@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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