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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다

이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학 학보사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초반에 ‘작은 해프닝’이 있었는데, 누군가 이 후보에게 쪽지를 건네줬다고 한다. ‘학보사 몇 군데가 학교 측으로부터 탄압받고 있다. 그러지 말게 해달라.’ 이 후보는 쪽지를 받고 대학 내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천명하면서도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냐”고 되물었다.

안타깝지만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2년의 역사를 지닌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는 지난달 말 취재 과정에서 총장이 기자들과 마찰을 빚어 학생 기자 전원을 해임 조치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숭대시보는 사과문을 통해 이달 22일 발행하기로 했던 1282호 오프라인 신문 배포가 중단됐다고 알렸다. 학내에서 벌어진 시위 보도 기사를 두고 학교 본부의 수정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덧붙여 숭대시보는 오늘(29일) 발행 예정이었던 1283호 발행도 중단됐다며 사과했다. “예산이 없어 발행할 수 없다”는 대학 본부와 주간 교수의 통보에 의한 것이다. 온라인으로만 발행된 숭대시보 1282호에는 ‘총장에 대해 논할 가치가 없다’ ‘대대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 등 본부와 총장을 강력히 비판하는 칼럼과 사설이 실렸다.

사실 대학 본부의 학보사 편집권 간섭은 빈번하게 이뤄졌다. 2017년에는 서울대 ‘대학신문’이 주간 교수의 편집권 침해에 반발해 창간 이래 최초로 백지발행을 단행했다. 같은 해에는 ‘서울과기대신문’이 대학 본부에 의해 강제 수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편집권에 관한 대학 본부와 학보사의 갈등은 단편적이고 단발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언론은 태초부터 대학 부속기관으로 시작해 재정이 종속돼 있다. 신문 발행과 취재에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이 대학으로부터 나온다. 민주화를 거치며 학생 기자가 편집권을 일부 쟁취하긴 했지만, 돈줄이 본부에 달려 있으니 본부와 학보사 간의 수평적 구조를 보장하진 않는다. 구조적으로 대학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총장(발행인)과 주간 개인의 언론관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돈줄’을 무기로 학보사를 탄압하는 일부 대학의 언론에 대한 몰이해는 학내 표현의 자유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학내 언론사를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이 부재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있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의 진보가 부재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기성사회에 기성언론이 있듯, 대학사회에는 대학언론이 있다. 그리고 이 언론은 학내 모든 권력에 대한 견제를 통해 대학사회의 발전을 도모한다.

“진리와 허위가 맞붙어 논쟁하도록 하라” 자유언론사상의 고전 ‘아레오파지티카’ 중 일부다. 민주적 공론의 장은 진리 탐구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이것은 또한,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벌어지는 언론 탄압이 기성사회의 그것보다 더 역설적인 이유다. 언론이 입막음 당하는 그곳은 과연 대학인가 대학이 아닌가.

김범수 편집국장  kbs@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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